알리올리, 알리올리, 사랑하는 알리올리, 이름에서 느껴지는 부드럽고 매끄러운 느낌과도 같은 소스다. 이태리어에서 마늘로 만든 파스타를 알리오(Aglio, 마늘) 에(e, 그리고) 올리오(Olio, 기름)라고 한다. 같은 라틴어에서 파생된 스페인어에서 알리올리는 마늘과 기름이라는 같은 재료로 만들지만 결과물은 전혀 다른, 마요네즈를 뜻한다. 아호아세이테(Ajoaceite)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아호는 마늘, 아세이테는 기름을 뜻하니 단어만 다를 뿐 뜻은 같다. 기름과 마늘의 유화 작용으로 만들어지는 알리올리는 마요네즈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마요네즈는 달걀 노른자의 레시틴이 기름 분자를 둘러싸서 물 분자 사이에 고루 퍼져있는 안정된 상태인 유화(에멀전, Emulsion)을 이룬 것인데, 원조 알리올리는 달걀의 역할을 마늘이 대신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알리올리를 만들 때는 달걀이 유화제로 꼭 들어가니 더욱 다를 것이 없다. 마요네즈(스페인어로는 마호네사, Mahonesa)가 스페인의 지중해의 메노르카 섬의 도시 마혼(Mahón)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고, 로마시대부터 지중해 지역에서 마요네즈를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고 한다. 마요네즈는 늘 플라스틱 튜브에 담겨서 짜먹는 것인줄로만 알았는데, 스페인에서 즉석으로 만들어 먹는법을 배웠다. 신선한 기름으로 만든 마요네즈를 다른 요리에 곁들여 먹으면 왜이렇게 고소하고 맛난지. 풍성함과 비단같은 질감을 더해주는 마법과도 같은 소스였다. 타파스나 핀쵸스 위에도 듬뿍 올리면 재료와 재료 사이를 맛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이어주고(접착제), 색깔을 더해주는 효과도 있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조합은 튀기거나 구운 감자에 뿌려먹는 것, 감자의 포근함과 감칠맛을 확실히 돋워준다. 정말 스트레스 받은 날은 (먹는 걸로 푸는 타입) 바게트 사이에 오징어 튀김과 알리올리를 듬뿍 올려 손으로 꾸욱 눌러 먹었다. 지금도 이탈리아 식당의 깔라마리(튀긴 오징어나 쭈꾸미, 한지) 요리를 보면 알리올리를 듬뿍 찍어 먹고 싶어진다. 바삭한 튀김을 매끄러운 알리올리가 감싸는 중간에 톡쏘는 마늘 향기가 입맛을 간지럽히는 상상은 생각만 해도 황홀하다. (이 정도면 알리올리 성애자 수준) *** 알리올리를 만들게 된 이유 이렇게 좋아하는 알리올리를 직접 만들어서 먹다보니, 자연히 그 재료에 관심이 가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기름의 중요성이 더욱 느껴졌다. 신선한 기름으로 만들지 않은 알리올리는 건강 문제는 둘째치고 맛이 너무 이상했다. 유화된 기름은 그 맛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니 기름의 상태가 더 잘 감지된다. 오래되거나 보관이 잘못되어 산화된 기름은 첫 향도 느끼하지만 텁텁한 뒷 맛이 있다. 그런데 시중에 파는 마요네즈의 유통기한을 보면 너무나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한 것이다. 알아보니 산화방지제를 넣어서 기름의 산패를 막아준다는 설명이다. 영 찝찝했다. 게다가 마요네즈의 기름은 대부분 미국, 중국, 러시아아산 대두유이고 이들은 유전자변형 대두에서 추출될 가능성이 있었다. 요리할 때는 절대로 이런 콩기름을 쓰지 않는데 마요네즈는 무심코 먹어왔구나 하는 생각에 아차 싶었다. 제작년에 지금은 없었지만 공유 주방의 효시 격이었던 정다운님의 상수동 '프로젝트 하다'에서 다른 요리사 분들과 릴레이 비건 팝업을 준비하며 비건 알리올리를 개발하게 되었다. 달걀의 비린내가 없는 고소한 맛이 좋았고, 팝업을 마치며 가졌단 뒷풀이 자리에서 동료 요리사 분들이 연신 맛있다고 해주어서 더욱 용기를 냈다. 행복은 나눌수록 더 커지는 것이니까, 내가 맛있고 건강히 먹고 행복한 것을 주변에도 알리고 싶은 마음에 알리올리를 만들어 판매하게 되었다. 아래는 스페인 실습 레스토랑에서 스텝밀로 맛있게 먹었던 마요네즈 레시피를 우리 재료를 활용하여 다듬은 것이다. 달걀대신 무첨가 국산콩 두유를 쓰면 비건도 가능하다. 알리올리를 바탕으로한 다양한 타파스(위: 버섯과 초리소, 아래: 파프리카와 양파)---------------------------* 고추 마요네즈 <재료>달걀 1개올리브 오일 200ml식초 1t삭힌 고추 1개홀그레인 머스터드 1t마늘 1톨 <과정>위 재료를 순서대로 긴 원통형 용기에 모두 넣고 핸드블렌더로 갈아준다.